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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마다 다른 철도 폭에 대해 알아보자

360 2019.01.1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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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인천을 오가던 추억 속의 수인선 협궤열차는 지난 1995년 말에 운행을 중단했습니다. 이 열차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철도 폭이 762㎜로 다른 철도(1435㎜)의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름에도 좁은 철로라는 뜻을 담은 '협궤'가 붙어 있는데요. 열차 내부도 다른 기차에 비해 꽤 좁습니다. 

국내의 다른 철도는 폭이 국제 표준(1435㎜)에 맞는다고 해서 '표준궤'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러시아, 스페인 등에는 국내에는 낯선 '광궤'라는 철도도 있습니다. 폭이 넓은 철로라는 의미인데요. 한가지로만 통일되면 열차가 서로 다니기 편할 텐데 왜 이렇게 철로 폭을 다르게 했을까요? 그 사연들을 알아봅니다. 

돈 덜 들고, 산악지역에 놓기 쉬운 협궤 

우리나라 주변 국가 중 협궤를 많이 쓰는 나라는 단연 일본입니다. 지금도 고속열차인 신칸센과 사철(민간 철도) 등을 제외하면 철도 폭이 1067㎜인 협궤가 많습니다. 협궤는 건설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곡선구간 등의 범위가 작기 때문에 험준한 산골짜기나 수풀이 우거진 험지 등을 개척할 때 유용했다고 하는데요. 광산에서 채굴한 광석이나 현지 산물을 운송할 때 자주 사용했다고 합니다. 

러시아는 대표적인 광궤 철도(1520㎜)의 나라이지만 툰드라의 늪지대나 우랄의 산간 오지 등등에는 아직도 협궤가 운행되고 있습니다. 

용어는 협궤로 통일돼 있지만, 철도 폭은 400㎜~1400㎜까지 다양합니다. 하지만 협궤는 대게 구조적으로 기관차나 화차가 작기 때문에 운송능력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나라에는 협궤를 많이 건설한 일본이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에는 왜 표준궤를 깔았을까요? 바로 중국이 표준궤를 쓰기 때문입니다. 열차를 이용한 중국진출과 원활한 수탈물 운송을 염두에 뒀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실제로 철도를 통해 각 항구로 막대한 수탈물이 운반되기도 했습니다. 표준궤 철도가 침략과 수탈의 수단이 된 셈인 거죠. 

표준궤, 마차폭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설 유력 

그렇다면 1435㎜의 국제공인 표준궤는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사실 유래가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다만 말 두 마리가 끄는 마차의 폭, 즉 마차의 궤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최초로 이 궤간을 표준화한 나라는 영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국 스톡턴~달링턴 구간에 처음 적용됐고, 1825년 이 구간을 달린 사상 최초의 증기기관차가 조지 스티븐슨이 만든 '로코모션 1호'입니다. 당시 40㎞ 구간을 2시간에 주파했고, 말이 끄는 마차보다 50배나 많은 짐을 운반했다고 하는데요. 지금 기준으로 보면 무척 느린 속도이지만 당시로써는 꽤나 놀랄 만한 사건이라고 합니다. 

이후 유럽과 미국 등에 철도가 확산되면서 대부분 표준궤를 깔게 됐습니다. 현재는 전 세계 철도의 60%가량이 표준궤라고 합니다. 

나폴레옹과 독일 두려워 탄생한 광궤 

광궤를 깐 나라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나라가 러시아인데요. 아마도 시베리아횡단철도(TSR·Trans siberian railway) 때문일 겁니다. 러시아의 모스크바~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9288km의 세계 최장의 철도로 바로 철로 폭이 1520㎜인 광궤가 깔려있습니다. TSR은 남북간에 경의선 등 철도연결 논의가 한창이던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서 상당히 자주 언급이 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유럽과 붙어있는 러시아가 왜 철도의 대세인 표준궤를 따르지 않고 광궤를 놓았을까요? 역시 여러 설이 있지만, 프랑스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769~1821) 때문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습니다. 

18세기 후반~19세 초반 나폴레옹의 침략으로 혼쭐이 난 기억이 있는 러시아로서는 프랑스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그래서 철도를 놓을 때 표준궤를 쓰는 프랑스와 바로 연결이 되지 않도록 광궤를 깔았다는 겁니다. 자칫 직결됐다가는 철도를 이용해 대량으로 병력과 무기를 실어 나르며 침략해오지 않을까 우려가 된겁니다. 

또 독일의 침략을 견제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독일 역시 표준궤를 쓰고 있거든요. 실제로 독일군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러시아 내 점령지역의 광궤를 표준궤로 바꾸기 위해 꽤 고생을 했다고 합니다. 

스페인도 유사한 사례인데요. 1848년 프랑스보다 10년 늦게 철도를 개통한 스페인 역시 프랑스를 의식해서 표준궤보다 폭이 넓은 1688㎜짜리 광궤를 건설했습니다. 인근 국가의 침략을 막기 위한 방패로 철도 폭을 달리한 셈입니다. 

인도에도 광궤가 많은데요.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배할 당시 더 많은 자원을 빼내 오기 위해 수송력이 뛰어난 광궤를 깔았다는 설명도 나옵니다. 

열차 바퀴 교체, 짐 환적으로 철도 폭 차이 극복 

철도 폭이 달라지면 열차는 더 이상 달릴 수가 없습니다. 부산을 출발해 북한 땅을 거쳐 시베리아횡단철도가 시작하는 블라디보스톡 부근까지 가더라도 그 너머로는 바로 갈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시베리아대륙횡단철도를 이용하면 배로 갈때보다 유럽까지 가는 거리와 시간이 훨씬 단축됩니다. 그래서 나온 방식이 ^대차(바퀴 교체) 또는 ^환적입니다. 철도 폭이 달라지는 곳에서 그에 맞는 바퀴를 갈아 끼우는 겁니다. 이를 대차라고 합니다. 또 한가지는 짐을 아예 다른 열차에 옮겨싣는 겁니다. 

대차 시스템은 시베리아횡단철도에서 많이 쓰이는데요.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하면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시작되는 곳에서 광궤로 바퀴를 바꾸고, 이어 표준궤가 시작되는 벨라루스 등 동유럽에서 다시 한번 표준궤로 갈아야 합니다. 

이런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고, 통행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유럽에서는 자동으로 철도 폭에 따라 바퀴가 조정되는 '가변궤간 대차'를 개발 또는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구간이 스페인~프랑스 구간으로 표준궤와 광궤 모두를 달릴 수 있는 고속열차가 운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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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유라시아 철도와의 연결을 대비해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궤간가변 대차' 를 2014년 개발했습니다. 대차에 설치한 스프링 등 여러 장치를 통해 바퀴를 움직이며 표준궤와 광궤를 자유로이 달릴 수 있도록 한 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대륙철도와 연결되려면 큰 난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북한입니다. 북한 철도 구간을 이용해야만 제대로 연결이 가능한데요. 언젠가 통일이 되거나, 아니면 안정적인 교류협력이 가능해진다면 정말로 부산에서 출발해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까지 기차 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이 오리라 기대해봅니다. 출처: 중앙일보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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