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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고민

간호조무사 아내의 속옷

696 2017.08.1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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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9시에 일이 끝나는 아내를 데리러 차로 모시러 갔습니다.

요즘 열대야도 있고 간호조무사로 손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인지,  차에 타자마자 조금씩 짜증을 부리더군요.
 
물론 전 이런저런 하루 얘길 하며 애써 웃음으로 분위기 전환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날카로운 톱날에 이 안 먹힌다고.  슬슬 리듬을 타며 짜증을 부리는 아내의 기분에
저 또한 동조하며 말타툼이 이어졌고 큰 언성이 오고 가며 냉전의 분위기로 돌아섰습니다.
 
오전에 일어났더니 혼자서 배가 고팠는지 라면을 끓여 먹고 있더군요.
그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왜 또 화가 끓어 오르는지.  "설거지 꼭 해라! 그리고 빨래 좀 해!"
"왜 빨래는 내가 다 하는 건데?" 하면서 어제의 냉랑한 분위기를 이어 갔습니다.
 
묵묵히 뒤도 안 돌아보던 아낸 설거지며 빨래를 돌리고 안방으로 휙~하니 들어가더군요.
작은 방에 있다보니 세탁기에서 쉬원한 바람에 맡겨 달라고 휘파람을 부네요. 
빨래 건조대를 펴고 옷을 툭~툭 털어 널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무심코 아내의 속옷을 탁탁 털던 중 구멍이 보이더군요.   해져서  엄지손가락만 하게 커져 버린 구멍.  
순간 아 버려야 겠네~하면서 다른 여러가지 속옷을 보는데 이것저것 시간의 때처럼 커져버린 구멍들을 멍~하니 보고 있었네요. 이런 속옷을 입고 있었나?
 
13년 전 결혼 할때의 기억이 밀물오듯이 밀려오더군요.  뭐가 그리 급했던지 결혼식 다음 날 동사무소에 들러 혼인 신고 부터 해야 한다며, 행복하게 뛰어가며 두손 꼭 잡던날....신혼 첫날 부터 생리통이 터져버린 아내.
그런 생리통이 계속되어 병원에 간 날 자궁 경부암에 걸려 평생 아이를 가질수 없다는  말에 살려만 달라고 의사에게 울며 매달렸던 순간들....아산 병원의 가로수를 걸어다니며 수 없이 기도했던 시간들.....두 달여의 병원 생활이 끝나고 선물로 사줬던 분홍 속옷.
 
그 분홍속옷을 아직까지 입고 있었던 아내................
 
뭐가 그리 바쁜건지 뒤 돌아볼세 없이 세월만 무심히 지나가고 그동안 홈쇼핑에서 속옷 광고가 나오면 "자기 이거 사줄까?" 하면 내심 웃으면서 내 것부터 챙기던 아내.
 
건조대를 부여 잡고 흐느껴 눈물이 펑~펑 나더군요.
 
아침에 라면을 끓여 먹던 그 뒷모습 그대로 안방에 옆으로 누워 있는 아내의 등 뒤로 가서 그냥 안아줬습니다. 내심 싫지 않은지 내 손등을 툭툭 치며 잠든 아내.
 
창피하지만 시내 속옷 가게 다녀와야 겠네요. 신혼의 떨림은 아니지만
멋쩍게 웃으며 아내 속옷을 살 수 있는 아재가 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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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Victory님의 댓글

축하합니다. 첫댓글 포인트 14건빵를 획득하였습니다.

반장님의 댓글

ㅠ.ㅠ

zarathustra님의 댓글

아휴
찡합니다~~
그런걸 느낄줄 아는 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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