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려잡자 독립군!”
어디에서 많이 들어본 듯한 구호이지만 청산리 전투에서 처참하게 패한 일본군에서 나온 소리가 아니다. 조선인 입에서 나온 소리다.
조선인이 조선인을 때려잡는다? 믿기지 않은 말이지만 팩트다. 중국 한족(漢族)들이 즐겨 쓰는 오랑케를 오랑케로 잡는다는 이이제이(以夷制夷)가 아니라 조선인을 조선인으로 잡는다는 이선제선(以鮮制鮮)이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군의 사기는 하늘 높은 줄 몰랐다. 여세를 몰아 한반도를 접수하고 대륙을 휩쓸었다. 1920년. 청산리에서 김좌진 장군이 이끄는 독립군에게 처절하게 패한 일본군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절치부심 칼을 갈던 일본군은 1938년 부대장과 지휘관을 제외하고 전원 조선인으로 편성된 특수부대를 창설한다. 간도특설대다. 병력 800~900명 정도의 대대급 전투부대다. 탄약과 식량을 운반하는 조선인 노무자와 길 안내를 맡은 밀정을 포함하면 1,000여명에 이르는 규모다. 부훈(部訓)은 ‘조선인은 조선인으로 제압한다.’라고 명시했다.
부대가(部隊歌)는 행진곡풍에 결연하기까지 한다.
"조선의 건아들아! 선구자의 사명을 안고 우리는 나섰다. 건군은 짧아도 전투에서 용맹을 떨치자. 대화혼(大和魂)이 우리를 고무한다. 천황의 뜻을 받든 특설부대~ 천황의 특설부대~~"
독립군 토벌에 그 존재 가치를 부여받은 간도특설대는 독립군 토벌에 나서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상대적으로 보급과 장비가 열악한 독립군은 삭풍한설 몰아치는 만주벌판에서 발싸개로 추위를 이겨내며 항전했지만 많은 사상자를 내며 연해주로 쫓긴 끝에 해체 위기에 몰리게 된다.
악명 높은 이 부대 멤버가 백선엽이다. 백선엽은 1993년 출간된 책에서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우리 부대가 전력을 다해 토벌했기 때문에 한국의 독립이 늦어졌던 것도 아닐 것이고, 우리가 배반하고 오히려 게릴라가 되어 싸웠더라면 독립이 빨라졌다 라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자가 현충원에 묻힌다면 현충원에 모셔져 있는 독립유공 선열들이 편히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