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은 그렇게 답했다. 

문재인답다. 그런데 좀 답답하다. 윤석열은 저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랬는데 하루가 지나 다시 생각해보니 상식적인 답변이고 맞는 말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 박근혜 정부의 검찰총장도 아니고 이명박 정부의 검찰총장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 의해 발탁되었고,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임명장을 받았다. 그러하니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답게 처신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개혁,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권력기관 개혁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국민이 그를 선택했을 때는 그 공약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공약은 국민과의 약속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 약속을 지킬 의무가 있다.

반값 등록금 공약을 내걸었던 지난 정부는 왜 그 공약을 지키지 않느냐는 질문에 진짜 반값이 아니라 등록금의 심리적 부담을 반으로 줄여주겠다는 공약이었다고 둘러댔었다. 그런 식으로 국민을 기망하면 나쁜 정부가 된다.

윤석열은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에 발탁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일방적으로 그를 임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청와대가 제안을 했고, 윤석열은 받아들였을 것이다.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건, 문재인 정부의 개혁 노선에 동의하고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걸 의미한다. 검찰총장은 대통령과 고스톱 해서 따는 자리도 아니고 시험 봐서 1등했다고 오르는 자리도 아니다.

조선일보가 경력 기자를 뽑을 때는 조선일보 논조에 부합하는 기자를 뽑는다. 한겨레 논조를 고집하는 기자는 절대 뽑지 않는다. 조선일보 논조에 맞는 기자를 뽑았는데 한겨레 논조의 기사를 쓰면 어찌 될까? 동아일보 논조와 다른 칼럼을 쓰던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동아일보에서 사실상 축출됐다.

한겨레도 기자를 뽑을 때는 한겨레다운 기자를 뽑는다. 조선일보 색깔을 숨기고 한겨레에 기자로 입사하거나 반대로 한겨레 색깔을 숨기고 조선일보에 기자로 입사하면 위장취업이다. 일반기업에 물어보라. 속을 숨기고 경쟁기업에 취업하면 산업스파이가 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는 말을 나는 이렇게 해석한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니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답게 처신하라.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 열차에 자발적으로 승차한 거다. 대통령이 강제로 태운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

검찰총장은 장관급 예우를 받는 임명직 고위공직자다. 검찰개혁을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발탁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다. 문재인 열차가 가는 방향이 검찰주의자 윤석열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면, 윤석열은 그 열차에 타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면 지금이라도 그 열차에서 내리거나 그게 싫으면 임명직 공무원답게 발탁하고 임명한 취지에 충실하거나.

윤석열 검찰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는 말은 그런 의미가 아닐까 한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답게 처신하라는. 검찰개혁에 충실하라는. 공정한 검찰총장이 되라는. 검찰총장의 자리에서 정치하지 말라는.

고로, 대통령의 말은 윤석열에게 제 자리를 찾아가라는, 선출권력에 의해 임명된 공직자답게 처신하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고시도 패스했는데 그 정도의 문해력은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