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권의 오류

다람쥐는 제 것을 가져가면서도 눈치 본다. 야생에서 생존에 필수적인 예민함이라고 단언할 일은 아니다. 학습을 통해 각인된 유전자가 있을 것이다. 포식자에게 갈가리 찢기는 모습 말이다. 머리와 거죽만 널브러진 현장을 배회하는 다람쥐의 악몽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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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아이들이 등교한다. 참사 71일 만의 74명이 가까스로 등교한다. 줄지어 선 부모들과 포옹하며 학교로 들어간다. 여기서 부모란 제 새끼는 잃어버린 부모들이다. 잊지 말아달라는 부탁 외에는 모든 안부와 격려와 관심을 거부한 아이들의 심사에 공감한다. 그냥 평범한 고교생으로 봐달라는 기저에는 아이들만의 후회와 부담감이 무성할 거다. 세상에 대한 원망을 해소할 능력도 분위기도 되지 않는 까닭에 차라리 관심도 끊어 달라 호소하는 중이다. 떠난 아이들 몫까지 행복하라는 말을 꺼내지 않겠다. 흔한 수사법이지만 축복도 아니고 부담이다. 개중에는 말썽꾸러기도 있을 테니 이참에 공부 열심히 하란 뜻으로 받아들이며 곤혹스러울 거다. 몇몇은 아예 여행에 동참하지도 않았다가 비극의 중앙에 선 꼴이기도 하겠다. 그래, 불가능에 가깝다만 너희는 너희 인생을 살아라. 공부하기 싫은 녀석은 하던 대로 놀아도 좋고 골목을 배회하고 여학생이나 따라다니던 녀석도 괜찮다, 악몽을 털어버리기만 해라. 친구 하나라도 구할 수 있었겠다 싶은 후회를 동력 삼아 열심히 살라는 말은 어른들의 논리일 뿐이고 관객의 덕담에 가깝다. 그냥 털어버려라. 잊을 수 없겠지만 잊어버려라. 잊지 못하겠다면 가슴 제일 깊은 곳에 가라앉혀라. 후회만 하지 말아라. 나 혼자 비겁했다는 후회 따위만 하지 말아라.

왜곡된 세상을 산다. 악마의 각본인 까닭이겠지만 아이들이 제 학교 가면서 저리 고개 숙여야 하나. 왜 살아남은 자가 죄인이 되고 눈물을 흘려야 하나. 전원이 살았으면 얼마간 치료 뒤에 박수갈채 받으며 웃었을 길이 형무소 입구처럼 느껴진다. 악마의 각본이란 구절에 안도하는 인간이 있음을 안다. 미안하지만 내가 지칭하는 악마란 바로 당신들이다.

국민라디오 [전영관의 30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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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겨레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