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영국이 차세대 전투기를 공동 개발하기로 하고,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고 일본 신문이 보도했다. 공통 기체를 함께 개발하는 것이다. 사실상 같은 전투기인데, 약간의 변화를 주고 이름은 다르게 할 가능성도 있다.

14일 일본내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한 요미우리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과 영국은 두 나라가 차세대 전투기에 요구하는 성능이 거의 일치하는 데다가 엄청난 개발비를 절감할 수 있어 서로 이익이라고 판단했다. 일본 방위성은 2023년 예산 요청시 차세대 전투기 개발도 포함할 예정이며, 이에 앞서 연내에 개발 로드맵을 결정한다.

일본은 차세대 전투기 도입 시점을 현재 보유 전투기인 F-2 전투기의 퇴역이 시작되는 2030년대 중반으로 상정하고 있다. 스텔스 성능과 고성능 레이더, 센서를 갖추고, 다수의 무인기와 연계하면서 전투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춘다는 목표다. 당초 일본은 미국 록히드마틴의 지원을 받는 방향을 검토했으나, 협상이 난항을 겪자 영국과의 공동 개발로 방향을 전환했었다.

영국은 주력 전투기인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후속 전투기인 템페스트를 2035년까지 실전 배치할 방침이다. 이탈리아, 스웨덴 등과 공동 개발할 계획이었다. 일본과 영국은 정부간 협의에서 요구 성능도 거의 대부분 공통인 데다 개발 시기도 같기 때문에 하나의 기체를 공동 개발해 공통화하는 게 합리적이란 데 의견을 모았다고 요미우리는 보도했다. 무엇보다 1조엔(약 10조원) 이상 들어가는 개발비를 절약할 수 있는데다, 같은 기체를 대량 생산하기 때문에 생산 효율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영국간 공동 개발에는 이탈리아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 록히드는 미군기와 상호 운용성를 확보하는 수준에 그쳐, 차세대 전투기 개발에선 한발 물러날 전망이다.

공동 개발의 주체는 일본 미츠비시중공업과 영국의 항공·방위 대기업 BAE시스템즈다. 두 회사가 기체의 설계나 시스템 개발 전반을 총괄할 예정이다. 이탈리아가 개발에 참여할 시, 이탈리아의 항공·방위 대기업 레오나르도도 추가로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차세대 전투기의 레이더는 미쓰비시전기와 레오나르도 영국법인 등이 개발할 전망이다. 엔진 개발은 일본 IHI와 영국 롤스로이스가 맡는다. 이탈리아 기업이 추가 참여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공동 개발한 차세대 전투기를 다른 나라에 판매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영국은 독일·이탈리아 등과 공동 개발한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사우디아라비아나 오스트리아 등에 판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차세대 전투기의 완제품을 자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한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하지만 일본은 ‘방위장비 이전 3원칙’ 운용지침에 따라, 전투기나 호위함과 같은 완제품의 수출을 할 수 없다. 구난이나 수송, 경계감시 등의 용도로 한정한 장비품(부품 포함)만 수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