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마크
아찌넷

ajji.net

ajji.net

ajji.net

자유게시판

영조가 청나라 사신을 대하는 자세

- 별점참여 : 전체 0
  • - 별점평가 : 평점
  • - [ 0점 ]

본문

a7aef4b5c347e926ad8819153350cb95_1661218981_10765.jpg
빨간옷 입고 허리 굽히고 있는 사람이 영조 


인조 12년(1634년) 6월20일 명나라 사신이 서울에 왔다. 인조의 장자 소현세자를 왕세자로 허락한다는 중국 황제의 칙서를 가지고 나온 것이다. 왕은 교외에 나가 다섯 번 절하고 세 번 머리를 조아리는 오배삼고두(五拜三叩頭)의 예를 행하고 칙서를 받았다.

명나라 사신들의 횡포를 잘 알고 있었던 조선 조정은 이번 중국 사신 행차에 어느때보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칙사인 사례감 태감 노유녕은 명나라 조정에 뇌물을 쓰고 파견되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서울로 들어온 다음 날, 하마연(下馬宴)에서 명나라 사신이 예단을 물리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유는 “저울 추의 무게가 무거워서 인삼 근수가 줄었다”는 것이었다. 이어 칙사의 예물에 대한 우리의 답례에 대해서도 “칙사가 보낸 물품의 가격에 반도 못미친다”며 물리쳤다. 한번은 아예 자기들이 준 물건을 도로 돌려달라고 칙사가 직접 나서기까지했다.

25일 다담상(茶啖床)을 들일 때부터는 그들의 본격적인 은(銀) 징수 작전이 시작되었다. “오늘부터는 다담상을 차리지 말고 그 비용을 모두 은으로 쳐서 달라”는 말이 담당 역관을 통해 전달되었다. 26일 유람 일정이 잡힌 날 당일 역관 장예충이 전한 칙사의 말은, 유람을 모두 중지하고 그 비용을 모두 은으로 대신 지급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미 한강의 정자선(亭子船) 정비나 잠두봉(蠶頭峯) 및 망원(望遠) 지역 수리 등 유람에 필요한 준비를 마친 상태였던 우리측으로서는 경비를 이중으로 부담하게 된 것이다.

7월1일, 나라의 사정으로 사신에게 잔치를 베풀어주지 못할 경우 재신들이 관소에 가서 술을 대접하는 주봉배(晝奉盃) 행사 때 역시 기어이 은을 받아내려 하자, 사신 접대를 담당한 관반사조차 이런 사람을 빈주(賓主)가 서로 공경하는 예로 대우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7월3일, 출발 예정일 하루 전에 행하기로 되어 있는 상마연(上馬宴)을 돌연 사신측에서 취소했다. 예정했던 은 수량을 채우지 못하여 답답한 심사를 드러낸 것이었다. 사신들은 결국 이틀을 더 머물게 되었고, 청하는 연회마다 사양하여 수연은(隨宴銀)까지 챙기는 데 성공했다. 심지어 돌아가는 도중에 먹을 쌀값까지 은냥으로 쳐서 받아가기도 했다.

마침내 7월6일 전별연(餞別宴)을 끝으로 명나라 사신은 서울을 떠났다. 15일간의 그들의 일정은 두 번 왕과의 접견 이외에는 오로지 은자를 모으는 일로 일관한 것이었다. 머무는 동안 매일 지급되는 체류비용조의 좌지은(坐支銀), 거기다 각종 행사와 연회를 사양하고 대신 받은 은까지 합하면 얼마나 될까. 7월4일 호조가 올린 초기에 의하면, 칙사에게 지급된 은자만 5만5천여냥이고 가져온 물건을 민간에 팔아 챙긴 것이 6만1천8백여냥으로 수중에 들어간 은자는 총 11만6천8백여냥에 달했다. 대강 소 1마리 값이 은 7냥이었던 당시, 호조에 비축된 은은 1만1천여냥뿐이었으니, 나라 살림의 손실을 가늠할 만하다.

0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적용하기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순서대로 입력하세요.
전체 578 건 - 19 페이지
제목
회원사진 레벨 푸코의꼬추 708 0 0 2022.09.18
회원사진 레벨 푸코의꼬추 568 0 0 2022.09.17
회원사진 레벨 푸코의꼬추 437 0 0 2022.09.16
회원사진 레벨 푸코의꼬추 615 0 0 2022.09.15
회원사진 레벨 푸코의꼬추 432 0 0 2022.09.14
회원사진 레벨 푸코의꼬추 427 0 0 2022.09.14
회원사진 레벨 푸코의꼬추 615 0 0 2022.09.12
회원사진 레벨 푸코의꼬추 566 0 0 2022.09.12
회원사진 레벨 푸코의꼬추 606 0 0 2022.09.10
회원사진 레벨 푸코의꼬추 534 0 0 2022.09.08
회원사진 레벨 푸코의꼬추 690 0 0 2022.09.08
회원사진 레벨 푸코의꼬추 540 0 0 2022.09.08
회원사진 레벨 푸코의꼬추 555 0 0 2022.09.07
회원사진 레벨 푸코의꼬추 540 0 0 2022.09.06
회원사진 레벨 푸코의꼬추 492 0 0 2022.09.05
회원사진 레벨 푸코의꼬추 593 0 0 2022.09.05
회원사진 레벨 푸코의꼬추 870 0 0 2022.09.04
회원사진 레벨 푸코의꼬추 866 1 0 2022.09.04
회원사진 레벨 푸코의꼬추 548 0 0 2022.09.03
회원사진 레벨 푸코의꼬추 519 0 0 2022.09.02
회원사진 레벨 푸코의꼬추 621 0 0 2022.09.01
회원사진 레벨 푸코의꼬추 604 0 0 2022.08.31
회원사진 레벨 푸코의꼬추 1,218 0 0 2022.08.31
회원사진 레벨 푸코의꼬추 647 0 0 2022.08.30
회원사진 레벨 푸코의꼬추 548 0 0 2022.08.29
회원사진 레벨 푸코의꼬추 697 0 0 2022.08.29
회원사진 레벨 푸코의꼬추 715 0 0 2022.08.28
회원사진 레벨 푸코의꼬추 769 0 0 2022.08.27
회원사진 레벨 푸코의꼬추 582 0 0 2022.08.26
회원사진 레벨 푸코의꼬추 586 0 0 2022.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