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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외음부 세정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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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에 머물던 부인과 질환에 대한 관심과 건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여성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며 외음부 세정제(일명 여성 청결제)를 사용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 SNS )에 접속한 최민영씨는 피드를 확인하다 불쾌감을 느꼈다. “냄새나는 여친은 싫다”는 후기를 전면에 내세운 A사의 여성 외음부 세정제 광고 때문이었다. 최씨는 “질염을 앓아본 사람이라면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알 것”이라면서 “고작 남친에게 좋은 향기를 위해 사용하는 제품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음지에 머물던 부인과 질환에 대한 관심과 건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여성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며 외음부 세정제(일명 여성 청결제)를 사용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외음부 세정제는 말 그대로 질 외음부를 씻는 용도로 판매되는 제품이다. 이는 질염 치료를 목적으로 처방되고 의약품으로 판매되는 ‘질 세정제’와 구분되는 것으로 ‘의약외품’, 즉 화장품으로 분류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1 년 기준 국내 외음부 청결제 시장 규모는 약  500 억원으로 추정된다. 5년 전  200 억원대에서 연평균  10 % 이상 성장하며 2배 가까이 오른 수치다.  LG 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유한킴벌리 등 대기업들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질 유산균 등 여성 생식기에 특화된 건강식품 또한 빠른 속도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제약회사들은 인기 연예인과 유명 의사를 모델로 기용해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자사만의 차별화된 무해한 성분을 강조하며 경쟁력을 키우는 중이다. 홈쇼핑 업계에서도 질 유산균은 완판을 기록하는 ‘효자상품’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들은 팬데믹 이후 높아진 위생과 청결에 관한 관심도 이 같은 제품들의 약진에 한몫했다고 입을 모은다. 이외에도 속옷이나 생식기에 뿌리는 이너퍼퓸이나 미백 기능에 집중한 화이트닝 크림, 보습을 위한 세럼, 전자 기기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여성의 그곳을 위해 ‘열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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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적발한 여성 건강제품의 온라인 허위·과대광고 사이트의  94 %는 살균, 소독, 면역력 강화, 세균 감염 예방, 가려움 억제 등 허가받지 않은 의학적 효능을 강조하며 소비자들을 현혹시켰다.

■잘못된 정보·과장된 광고, 괜찮을까

이쯤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외음부 세정제와 질 관련 건강식품 등 각종 제품에 대한 이해도다.  2020 년  11 월 여성환경연대가 발표한 ‘외음부 세정제 사용 경험 및 몸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외음부 세정제에 대한 주된 정보 출처는  SNS , 유튜브, 블로그, 사용 리뷰 및 후기 등이  39.2 %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으로 지인, 친구, 가족 추천이  27.4 %, 방송 매체가  20 %를 차지했다. 반면 의사나 약사의 조언은  6.3 %, 논문이나 공신력이 있는 기관 자료, 학술자료의 사용률은  0.8 %로 대비됐다.

이를 다시 말하면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허위광고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성 청결제를 사용하면 질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광고가 대표적이다.  2021 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적발한 여성 건강제품의 온라인 허위·과대광고 사이트의  94 %는 살균, 소독, 면역력 강화, 세균 감염 예방, 가려움 억제 등 허가받지 않은 의학적 효능을 강조하며 소비자들을 현혹시켰다.

실제로 지난해 한 인플루언서는 외음부 세정제를 판매하며 “미백, 생리불순 해결. 산부인과 갈 일이 없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최예훈 색다른의원 원장은 “질은 무색무취의 신체 기관이 아니다. 여성의 질 내 환경은  PH   4.5  정도의 약산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시큼한 냄새가 나는 것이 정상이다. 다만 분비물이 과도하거나 불편함을 느낀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우 청담산부인과 원장도 “여성 세정제는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제품이 아니다. 가볍게 외음부를 씻는 용도로만 사용해야 하고, 잦은 사용 또한 질 내 환경을 약화할 수 있다”며 “외음부 미백 역시 기능성 제품만으로 뚜렷한 효과를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부연했다.

‘질 유산균’을 비롯한 건강식품은 어떨까. 전문가 설명에 따르면 여성의 질에는 유산균과 유해균이 공존한다. 유익균인 유산균이 감소하고 유해균이 많아질 경우 질염 등 여성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조병구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공보위원은 “현재까지 질 내 직접 주입하는 영양제는 권장할 만한 것이 없으며, 유산균의 경우에도 일부 효과가 검증된 제품에 대해 구매 복용하도록 권한다”며 “제품 선택에 있어서는 반드시 전문의에게 의견을 구하는 것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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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외음부 세정제는 여성을 위한 제품이라 홍보하지만 실상은 여성혐오적 광고로 제작되는 제품들이 많다.

■실사용자 여성들의 생각은

‘여성을 위한’ 제품이지만 모든 여성이 이를 달갑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대학생 김미주씨는 “남자친구와의 관계 후 질염이 생겼는데 해당 여성이 관리를 더 잘해야겠다는 식으로 결론을 짓는 광고에 거부감이 들었다”며 “분명 주 소비자는 여성인데 가끔 누구를 위한 광고인지 모르겠다. 오히려 여성을 조이는 코르셋 같다”고 지적했다.

홍보와 마케팅에 스며든 혐오와 차별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유명 온라인 사업가는 자신의  SNS 에서 “수축까지 도와줘 ‘밤의 여왕’이라 불린다. 집 나간 남편도 돌아온다”고 여성 질 관련 제품을 홍보하다 뭇매를 맞았다. 한 누리꾼은 “선정적인 문구로도 모자라 남성을 위해 여성의 질을 수축하고 하얗게 만들어야 한다는 선입견까지 남겼다”고 비판했다.

직장인 박초희씨의 생각도 비슷하다. 박씨는 “우연히 여성 성기를 두고 오징어에 비유한 광고를 보고 분노했다. 여성에게는 언제나 향기가 나야 한다는 성차별적인 인식이 깔린 전형적인 여성혐오적 광고가 아닌가. 꽃이나 디퓨저도 아닌데”라고 꼬집었다. 박민혁씨 역시 “여성의 성기를 두고 화장을 하듯 예쁘게 관리해준다는 외음부 세정제 광고는 애교더라”며 “레깅스 패션이 인기를 끌자 득달같이 나오는 ‘Y존 지방 흡입 수술’ 광고를 보고 기함했다. 대체 어디까지 예뻐지길 바라는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여성’이라는 두 글자에 방점을 찍은 제품은 많지만, 상대적으로 남성의 비뇨기를 전담하는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도 의미 있는 지적이다. 출산 후 질 건강에 관심을 두게 된 유성경씨는 “제품을 알아보던 중 이토록 많은 질 유산균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남성의 성기를 위한 유산균은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부 방주선씨는 “초등학생 딸과 지하철을 탔는데 전광판 광고를 보던 아이가 ‘여성 제품들은 쉬쉬하는데 남성 제품들은 당당해 보인다’고 표현했다. 돌이켜보니 남성들을 위한 제품은 주로 정력과 그들의 자신감을 위한 것으로 여성의 것과는 상반된 이미지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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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효리는 코미디언 홍현희가 노란색 마사지 오일을 건네자 “질 세정제야?”라고 물은 뒤 “질이 나쁜 말이냐. 질은 코나 손 같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MBC  ‘전지적참견시점’ 갈무리

■진짜 누구를 위한 제품일까

지난 7월, 가수 이효리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제주도로 태교 여행을 온 코미디언 홍현희가 노란색 마사지 오일을 건네자 “질 세정제야? 그렇게 생겼는데 아니야?”라고 물은 뒤 “질이 나쁜 말이냐. 질은 코나 손 같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효리와 달리 대다수의 여성 세정제와 질 건강제 광고는 여성의 성기를 부끄러워해야 할 무엇으로 표현한다. ‘소중하고’ ‘쉽게 오염되며’ ‘냄새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여성의 외음부를 ‘관리해야만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김제이 민우회 여성건강팀 활동가는 “여성의 몸은 순수하고 순결해야 한다는 선입견에서 비롯된 그릇된 생각”이라며 “생리대가 하얗게 표백되어야 한다는 논리와 마찬가지로 여성 세정제를 쓰지 않으면 불결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통념이 상업적으로 표출된 셈”이라고 말했다.

외국의 상황도 다르진 않다. 미국 국립환경보건과학연구소( NIEHS )와 산부인과학회가 “질에는 자연적 자정기능이 있다. 인공세정제 등으로 자주 씻으면 균형을 깨뜨려 유해세균 과다증식과 효모균 감염을 초래한다”고 경고하지만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는 ‘페미닌 케어 프로덕트( Feminine   Care   Products )’라는 이름으로 여성 세정제가 판매된다. 홍보 수위와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여성에게 국한된 제품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25 년간 산부인과 의사로 일한 젠 건터 박사는 지난해 한 여성용품 전문 브랜드가  10 대를 대상으로 외음부 세정제를 판매하는 것을 보고 “왜  10 대들이 외음부 세정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남성에 대비하기 위해서? 그들이 더러우므로?”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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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환경연대가 발표한 ‘외음부 세정제 사용 경험 및 몸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몸을 긍정하고 몸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일수록 외음부 세정제의 사용 빈도가 낮다.

외음부 세정제를 비롯한 각종 여성 제품 시장이 성행하며 여성의 생식기를 표현하는 용어에 깔린 인식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윤지영 창원대 교수는 “‘T존’ ‘Y존’ 등 여성의 성기를 명명하는 방식도 여성의 성기를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비천한 일, 부끄러운 일, 남사스러운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라며 “동시에 이런 제품들은 보이지 않는 부위도 항상 예쁘고 깨끗해야 한다는 강박을 여성들에게 안겨준다. 이는 여성의 성기는 언제든 더럽혀질 수 있다고 보는 순결 이데올로기를 반영한 것이자 이 사회가 여성의 신체를 통제하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임신과 출산, 피임 등에 집중된 성교육의 한계도 관련 제품들에 대한 오해를 더한다. 안현진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는 “자신의 몸을 긍정하고 몸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일수록 외음부 세정제의 사용 빈도가 낮다는 실태조사가 있다”며 “그러나 우리 사회 여성들은 몸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을 기회가 별로 없다. 교과에서 배우는 몸에 대한 교육은 지극히 평면적이고 성기와 생식기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이를 건강하게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짚었다. 안 활동가는 “이렇다 보니 다수의 여성들이 시큼한 냄새, 점액질의 분비물을 비정상의 상태로 인지하게 되고 기업의 마케팅 정보에 호도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뜻하지 않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산부인과를 찾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몸 상태를 파악하며 제품에 대한 정보를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임기 여성과 청소년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허위·과장광고와 무분별한 정보에 대한 정부의 규제 또한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활동가는 “여성에게 전가된 의무와 책임이 크다”며 “신뢰할 만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교육이 많아지고 각종 정보를 취합한 데이터의 열람이 보다 손쉽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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