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계, 새롭긴 한데 투박해서 아직은…”
본문
시계는 트랜스포머다. 역사를 지나며 다양하게 변해온 모습을 보면 말이다. 시계는 벽에 걸어두고, 보다 작게 만들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도 했고, 줄을 달아 손목에 차기 시작했다. 쿼츠시계가 새로 개발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이런 시계 역사에 한차례 변화가 불고 있다. ‘스마트시계’의 등장이다.
Δ https://flic.kr/p/eBD9ZP (CC BY-SA 2.0)
블룸버그는 삼성전자 갤럭시기어와 같은 스마트시계의 출현을 두고 지난 2013년 10월21일 보도에서 “스위스의 명성 높은 기계식 시계는 1970년대에 배터리를 사용하는 쿼츠시계가 나오며 타격을 입은 바 있다”라며 “스위스 시계 산업도 새로운 시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스위스 시계는 쿼츠시계의 출현으로 내리막을 걸었다. 전지, 즉 배터리로 돌아가는 쿼츠시계는 태엽구동으로 작동하는 기계식 시계에 비해 오차도 적고 싼 값으로 만들 수 있었다. 블룸버그는 1970년대에 약 9만명이었던 스위스 시계 산업 종사자 수가 쿼츠시계의 등장으로 1984년에 3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스위스 시계산업 연맹의 조사 결과를 전했다. 시계 업체 수도 1970년대 1600개에서 600개까지 줄었다. 하지만 스위스 시계 회사들은 이 위기를 명품 브랜드 전략으로 돌파했다. 그런 경험 덕분일까. 컨설팅 그룹 딜로이트 조사 결과, 스위스 시계 전문가 가운데 3분의 2는 “스마트시계가 스위스 시계 산업에 위협을 주지 않는다”라고 내다봤다.
Δ https://flic.kr/p/9gotmr (CC BY-SA 2.0)
하지만 스마트시계가 더 많이 대중화될 거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2013년 200만대 팔린 스마트시계가 올해에는 900만대 이상 팔릴 것으로 예측했다. 벤처투자자 메리 미커도 지난해 5월, 미래 전망 발표 자료를 통해 “PC와 스마트폰, 태블릿PC에 이어 입는컴퓨터 시대가 오고 있다”라며 “입는컴퓨터는 안경, 시계, 의류 등이 대표적이고 자동차나 날아다니는 컴퓨터가 건축과 농업 등에 활용되기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국내 시계전문가들은 스마트시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시계 칼럼니스트와 시계 컨설턴트, 시계 명장, 대학에서 시계를 가르치는 교수에게 스마트시계 디자인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스마트시계의 미래는 어떻게 전망하는지 물었다.
“스마트시계는 시계 아니야”
아직 스마트시계의 디자인이 인기를 끌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책 ‘시계, 남자를 말하다’의 지은이인 이은경 시계 컨설턴트는 스마트시계는 시계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시계는 시계가 아니라 손목에 차는 스마트폰”이라며 “스마트시계는 시계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은경 컨설턴트는 “사람들은 꼭 시간을 보기 위해 시계를 차고 다니는 건 아니다”라며 “사람들은 자신을 표현하고 돋보이게 하기 위해 시계를 찬다”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시계 명장 1호인 장성원 명장도 시중에 나온 스마트시계 디자인에 쓴소리를 보탰다. 그는 “아직은 스마트시계가 처음 나오고 있는 단계니 그럴 것 같은데, (갤럭시) 기어 같은 경우는 좀 투박스럽게 느껴진다”라며 “새로운 느낌이긴 한데 선뜻 다가가기 쉽지 않아 일반 소비자에게 동떨어져 있다”라고 말했다. 장성원 명장은 “기능을 무조건 많이 넣는 것보다는 디자인 쪽에서 어필해야 할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20~40만원대 브랜드가 타격”
여은구 동서울대 시계주얼리과 교수는 “스마트시계와 가격대가 비슷한 20~40만원대의 시계 브랜드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시계는 패션 요소가 상당히 많고 브랜드 가치를 구매하는 경우도 많아 스마트시계 때문에 모든 시계 시장이 작아질 것 같진 않다”라고 말했다. 여 교수는 “시계 가격대가 1만원부터 억대까지 굉장히 다양한데, 고가 시계 시장은 스마트시계 영향을 크게 받진 않을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이은경 컨설턴트는 “스마트시계의 등장에 위협을 받는 시계 시장 쪽의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스마트워치는 웨어러블로 가는 중간적인 과정이지 종착역은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실제 로만손과 로렌스, 포체 등 국내 시계 브랜드에 문의한 결과, 아직 웨어러블에 대한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은경 시계 컨설턴트는 “명품 시계는 사놓으면 가치가 오르지만 스마트시계는 사는 순간 구형 제품이 된다”라며 “스위스 시계가 하루 아침에 명품 시계가 된 것이 아니라 로망이 되기까지 300년이 걸렸다”라고 말했다.
장성원 명장은 조금 더 밝게 스마트시계의 미래를 점쳤다. 장 명장은 “처음 전자시계가 나왔을 때, 갤럭시기어 같았다”라며 “네모난 액정에서 원형으로 가는 식으로 변화하다보면 나아질 것이고 수요도 있을 것”이라고 스마트시계의 미래를 조금은 낙관적으로 봤다. 그는 “지금은 집약된 기능을 집어넣어 기본 모듈을 만들어놓고 그에 맞게 디자인을 하겠지만 나중에는 디자인 먼저 정해 놓고 모듈을 만드는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듈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시계 케이스라 모듈의 크기와 모양, 두께에 따라 디자인이 바뀐다.
댓글목록 1
호혼휴님의 댓글
ㅋ
축하합니다. 첫댓글 포인트 5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행운의 포인트 25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