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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딸 없는 세상에서...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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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 3시간30분, 그리고 60만원.

 

10시50분 출발, 2시20분 도착. 진도실내체육관에. 보통 다섯 시간이 걸리는 거리라더군요. ‘시속 200㎞가 맞아? 차가 왜 이리 늦어!’ 열흘 뒤 6장, 총 60만원의 과속 벌금스티커가 날아오더군요. 그렇게 예은이를 데리러 갔습니다.

 

“이야~ 전원 구조란다!”

 

전원 구조되었답니다. 실내체육관에서 구조자를 태우고 오는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한 대, 두 대, 세 대…. 더 이상 들어오는 버스가 없었습니다. ‘어선이 구조한 아이들은 근처 섬으로도 갔다니 거기 있겠지. 팽목항으로 가면 만날 수 있을 거야.’

 

최선을 다해 구조작업 중입니다?

 

“지금 어떻게 된 겁니까? 아이들이 왜 안 오죠?”

 

“현재 함정 ○○○척, 항공기 ○○대, 잠수부 ○○○명이 최선을 다해 구조작업 중입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왜 아무 소식도 없죠? 구조작업 하고 있는 거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함정 ○○○척, 항공기 ○○대, 잠수부 ○○○명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우리가 직접 확인해야겠어!”

 

해경 단정 운전연습 중?

 

그토록 심하던 뱃멀미도 잊은 채 1시간여…. 조명탄이 비추는 바다 위, 세월호 선수를 중심으로 해경 단정이 원형을 그리며 돕니다. “하염없이. 도대체 뭐 하는 겁니까? 왜 구조를 안 합니까? 제발 우리 아이들 구조 좀 해주세요. 바닷속으로 들어가야 아이들을 꺼내올 거 아닙니까. 왜 안 들어갑니까.”

 

유난히 잔잔한 바다는 부모들의 울부짖음을 고스란히 잡아먹고 맙니다. 부모들을 태운 배가 사고 해역에서 멀어지자 일사불란하게 세월호 선수를 빙빙 돌던 해경 단정들도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제발·…제발….”

 

“우리가 다 보고 왔습니다. 구조작업 하지도 않으면서 왜 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합니까.”

 

“아닙니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왔는데 그래도 거짓말을 합니까.”

 

갑자기 휴대폰을 누르더니 “어떻게 된 거야. 부모님들 하는 얘기가 도대체 뭐야.”

 

“이제라도 구조작업 좀 시작해주세요. 제발···. 제발 우리 아이들 좀 꺼내주세요. 아직 살아있단 말이에요.”

 

“조류가 심해서 잠수할 수 없습니다. 조건이 되는 대로 구조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가족들께서 원하시고 모두 동의해 주신다면….”

 

“날이 밝도록 왜 아무 소식도 없습니까? 살았건 죽었건 무슨 소식이 있어야 하잖아요.”

 

“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틀이 지났는데, 우리 아이들 다 죽는데,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겁니까.”

 

“사고 해역에 기상상황이 안 좋고 조류가 빨라서. 정조시간이 되어야….”

 

“다른 방법 없어요? 구조장비 많이 와 있다는데 왜 안 써요? 돕겠다고 온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왜 안 해요?”

 

“가족 여러분이 원하시고 모두 동의해 주시는 방법이 있으면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습니다.”

 

“뭐라고요? 우리보고 구조 방법을 알려달라고요?”

 

‘아빠, 왜 나를 몰라봐?’

 

아담한 체형, 왼쪽 턱 옆 큰 점, 왼쪽 볼 주변 작은 점 두 개, 긴 생머리 40㎝.

 

“형! 예은이 아닌가 봐. 예은이처럼 안 생겼어. 아니지?” 왼 눈썹 위 상처, 치아 안쪽 교정기, 손과 발….

 

‘아빠! 왜 나를 몰라봐? 나 예은이야.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내가 얼마나 힘들게 나왔는데….’

 

예은아! 돌아와줘서 고마워. 무서웠지? 힘들었지? 잘 견뎌줘서 고마워.

 

이제 집에 가자. 엄마한테 가자.

 

수학여행 간다고 집을 나선 지 꼭 열흘 만에 그렇게 타보고 싶다던 헬리콥터 타고 돌아왔습니다.

 

장례를 마치고….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예은이 생각할 시간을 줄이려고. 집에는 늦게 늦게 들어갑니다. 빈자리를 보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적응해 보려고요. 예은이 없는 나를.

 

딸 없는 세상에서…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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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

알아서머할래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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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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