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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구조 잠수사의 잠수 기록 "착하게도 침대 안에 웅크리고 있다. 그 빌어먹을 방송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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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6일 “다시 3번 방으로 재진입.” 통신을 주고 유도 라인을 타고 들어간다. 3번 방문을 다시 비집고 들어가서 바로 바닥으로 간다. 바닥에 가방, 집기 등이 어지럽게 있다. 더듬으니 아래 양쪽 침대공간이 있다. 그 공간으로 어깨를 쭉 밀어서 넣으니 그 느낌이 온다. 팔, 머리, 몸이 만져진다. 착하게도 침대 안에 웅크리고 있다. 그 빌어먹을 방송대로….

#4월19일 멍하고 가슴이 답답하다. 생존자 확인이 최우선 과제다. 나머지 것들은 기타 등등일 뿐이다. 오늘로서 4일째인데 생존자 확인도 아직 되지 않는다. 진짜는 없고 진짜 가짜도 구분하지 못한다.

#4월22일 도대체 이 아이들에게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4월23일 작업선에 같이 타고 있던 실종자 가족분이 나간단다. 처음에 우리를 되게 까칠하게 대하시더니, 일하는 모습을 보고 또 며칠 시간이 지나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사이가 됐다. 이분은 딸이 배 안에 있단다. 어디에 있는지도 알고 계셨다. 아! 딸…. 나도 딸이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오늘 아침에 자기 딸이 올라왔단다. 다들 눈시울이 붉어진다. 뭐라 위로의 말을 해야 되는데 말이 안 나온다. 고맙다고 손을 꼭 잡아주고 가신다. 뭐가 고맙다는 건지. 아직도 실종자 가족 한 분이 계신다. 딸이 아직 안 나왔단다. 아…. 정말 멍하다.

#5월3일 작업을 끝내고 누웠다. 외부에서 다이버가 좀 더 충원이 됐다. 몸에 피로가 누적됐던 다이버들도 회복이 돼서, 다이버 로테이션이 좀 길어졌다. 지금은 물에 들어가면 피로가 쌓이는 게 느껴진다. 그런데 안 들어가면 몸이 찌뿌둥하다. 잠수병에 걸리고. 일이 힘들어서 스스로 가고. 실력이 안되니 위험하다고 돌려보내고. 일 잘하는 다이버는 다른 현장에서 일하고 있어서 못 오고. 또 일 잘하는 다이버가 놀고 있어도 이 현장을 꺼려서 안되고. 내일 새벽에 내 순번이 될라나 말라나. 아무튼 지금 최선을 다하자.

#5월6일 공간이 너무 좁다. 빼내기가 쉽지 않다. 먼저 바닥의 짐들과 침대 사이의 공간을 확보한다. 시신을 당겨 보지만 좁다. 한 번 더 치워내고 겨드랑이를 잡아야 되는데 두 팔을 쓸 공간이 안 나온다. 할 수 없이 목 뒤 옷을 잡고 일어나듯 당기니 쑤욱 올라온다. 시신을 안고 올라가는데 마스크 앞으로 핏물이 보인다. 두 번째 시신을 인계하고 다시 잠수 2번 방을 지나는데 통신이 온다. “다이버 상승 준비.” “확인.” 선박 창틀로 나오면서 안전다이빙에 대해서 안도를 한다. 보조 다이버에게 사인을 보내고 상승한다. “해면 도착.” 데크로 올라오니 장비를 벗겨준다. 체임버로 들어간다. 윽! 다음 다이버에게 3번 방문이 좁다고 말해주는 걸 까먹었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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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

알아서머할래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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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한 새끼 잡아서 죽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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