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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에 실린 삼성 해고노동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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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즈 20일자 국제면 머리기사로 실린 삼성해고노동자 김용희 고공농성 기사입니다. 기사를 작성한 최상훈 뉴욕타임즈 기자는 한국인 최초 퓰리처상 수상자입니다. (기사 번역: 박내현, 안소정)

‘나의 마지막 싸움’: 삼성을 향한 외로운 싸움이 대한민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서울 한복판 가장 혼잡한 교차로를 바라보는 25미터 높이의 CCTV 철탑 꼭대기에서 고공농성과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김용희 씨의 싸움이 300일을 넘기고 있다.

대한민국, 서울, 혼잡한 교차로가 내려다보이는 자리에 25미터 높이의 철탑이 있다. 그리고 그 꼭대기에는 침낭을 지닌 60세의 김용희 씨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대한 대기업인 삼성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두르고 있다.

그는 벌써 315일째 그 곳에 있다.

“여기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은 없겠지만 저는 더 나쁜 상황에서도 삼성과 싸울 준비가 돼있습니다.” 고공농성 중인 김용희 씨는 삼성 본사 건물을 바라보며 전화로 이렇게 말했다. “악덕 대기업과 싸우는 나의 마지막 자리입니다.”

삼성은 1995년 다른 많은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독립적인 노조를 만들려했다는 이유로 김용희 씨를 해고했다. 그는 지난 25년간 복직을 위해 노력했고 사회 구석구석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회사의 보상과 사과를 요구했다.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에 알려진 삼성은 대한민국 경제를 지배하는 가족경영 기업으로 가장 거대한 재벌이다. 삼성이 유명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선박과 자동차 제조를 하는 현대기업 같은 다른 재벌들이 대규모 파업으로 인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는 달리 삼성은 한 번도 심각한 노동 쟁의를 겪은 적이 없다.

지난 12월 나온 법원 판결은 이러한 상황을 잘 설명해준다. 서른아홉명의 삼성 전 현직 간부들이 수년간 두 곳의 계열사와 하청업체에서 노조를 결성하려는 움직임을 고의적으로 방해하고 무노조 경영을 유지하기 위한 공모를 해왔다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2018년 이들을 기소한 검사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확인하지 못했던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노조 활동가 해고, 임금 삭감, 그럴듯한 구실 하에 활동가들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경찰에 뇌물을 제공하는 등 “전형적인 노조 와해 전략”을 사용해왔다. 판결을 내린 한 부장 판사는 임원진들을 찰스 디킨스의 소설 ‘어려운 시절’에 나오는 바운더비 공장장에 비유하기도 했는데, 그는 이 소설 속에서 노동자들이 너무 많은 것을 원한다고 조롱한 인물이다.

삼성 내 권력 서열의 2인자로 알려진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을 포함한 삼성의 핵심 인물들이 수감됐다.

당시 삼성은 “국민들의 정서와 사회적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저희들의 노동조합에 대한 과거의 태도를 겸허히 인정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유죄 공판이 있기까지 6년간의 수사가 진행되었다. 다른 재벌들처럼 삼성의 고위 간부들 역시 수년간 중죄의 혐의를 받아왔으나 형량은 너무 적었다. 병환 중인 이건희 회장 역시 두 건의 뇌물과 배임 판결을 받았으나 단 하루도 형을 살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의 심장마비로 실제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그의 아들 이재용은 2017년, 당시 삼성과 다른 기업들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파면 및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스캔들에 연루되어 뇌물 공여 혐의로 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재용 씨는 1년도 되지 않아 풀려났다.(이건희와 이재용은 이상훈과는 관련이 없다)

김용희고공농성공동대책위원회의 하성애 집행위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삼성을 생각하면 스마트폰에서 오는 모던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김용희 씨의 사건을 살펴본다면 삼성의 더러운 이면을 가장 정확하게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김용희 씨는 1982년 삼성항공에 입사한 직후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폭력배들에 의해 구타를 당하고 삼성 직원들에게 납치당했지만 그는 오히려 결심이 굳어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1991년 그가 노동자들에게 나눠준 팜플렛에는 직접 손으로 적은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그는 동료들에게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조합 설립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싸울 것을 촉구했다.

그 해, 20세의 삼성 노동자가 그를 찾아와 상관에 의해 성폭력을 당했으며 이 사건을 폭로하고 싶으니 도와달라는 요청을 했다. 그러나 삼성은 되려 김용희 씨에게 그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씌워 그를 해고했다고 한다.

해당 여성은 김용희 씨가 자신을 추행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으며 그는 복직을 요구하며 삼성을 고소했다. 결국 사측은 그가 소송을 취하하고 1년간 삼성 건설 러시아 지사에서 일하는 조건으로 김용희 씨를 복직시켰다.

김용희 씨가 러시아에서 집으로 보낸 편지에는 그가 일생 동안 두려움에 떨었다고 적혀 있다. 그는 ‘삼성의 직원들이 나를 줄로 포박하고, 노조 조직 활동을 포기하라고 압박했으며, 대한민국 대사관에 내가 북한의 간첩이라고 얘기했다’고 적었다. 작년에 그는 삼성에 저항하는 행위의 일환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이 편지의 사본을 제출했다.

삼성은 김용희 씨의 그 어떤 주장에도 답을 하지 않았고 다만, 러시아에서 그가 일했던 계열사는 더 이상 삼성그룹 소속이 아니라는 것만 밝혔다.

1995년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삼성은 그가 노조활동을 포기하지 않는 한 업무에 복귀할 수 없다고 이야기 했고, 김용희 씨는 노조활동을 포기하기를 거절했다.

그 때 이후로, 김용희 씨의 인생은 삼성본사를 향한 끝나지 않는 연좌와 단식투쟁의 연속이었다. 그는 삼성을 없애기를 원한다고, 삼성은 지옥과 같은 곳이라고 호소하는 전단지를 뿌렸다. 삼성의 임원들은 그를 명예훼손, 협박 그리고 다른 혐의 등으로 압박했고, 김용희 씨는 두 번 구속되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그 사이, 비극은 그의 가족에게 닥쳤다. 김용희 씨의 아버지는 실종되었다. 어머니는 그가 수감 중일 때 뇌졸증으로 고통을 겪었다. 1992년, 그의 아내는 성폭력을 당했고, 언론은 성폭력의 가해자가 삼성과 관계가 있는 사람이라는 근거 없는 추측성 보도를 했다.

김용희 씨는 그의 가족에게 일어난 일들을 삼성의 책임으로 보았다. 김용희씨가 저항하고 있는 철탑 아래로, 한 슬로건이 펼쳐져 있다: “나의 인생은 삼성에 노조를 조직하려고 시도한 탓에 망가졌다.”

김용희 씨가 하고 있는 농성의 방식은 한국 노동운동의 전통과 같은 것이다. 1990년, 반재벌 투쟁의 선두에 조직된 현대 노동자들은 그들 자신을 2주 동안 조선소 크레인 꼭대기에 가두었다.

노동운동에 대한 책을 저술한 임미리 교수(고려대)는 “한국의 노동운동가들은 모든 방법이 실패한 후 소위 고공농성이라 불리는 이 저항을 채택한다. 뉴스에 단지 한 두 줄만 날 지라도 관심을 사로잡기 위한 마지막 시도이다”라고 말했다.

2016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삼성, 그리고 다른 재벌들 간의 정경유착에 저항하기 위해 서울 한복판을 가득 메웠던 엄청난 수의 시민들의 행렬에 동참했던 그 때, 김용희 씨의 희망은 피어올랐다.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쫓겨나 수감되었다. 그러나 2018년 2월 5년 구형이 반토막으로 판결난 후 집행유예가 선고되면서 이재용이 석방되고, 이 사실은 김용희 씨에게 쓰디쓴 실망감을 안겼다. 이는 삼성은 건드릴 수 없다는 또 다른 신호였다.

김용희 씨는 지난 해 6월 10일 사다리차를 섭외한 지지자들의 도움으로 철탑 위에 올랐다. 그는 만약 경찰들이 억지로 끌어내리려 시도하면 죽음을 불사하고 뛰어내리겠다고 위협했고 이에 경찰은 철탑 아래 에어쿠션을 배치했다.

그의 동료들은 음식과 책, 휴대폰 배터리 등을 줄로 올려보낸다. 그의 아내는 역시 줄을 이용해 일주일에 한번 그가 배출한 쓰레기를 수거한다. 때때로 그는 삼성에 대항해 격분하며 철탑 위에 서서 메가폰을 잡는다.

“내가 이곳에 오르기 일주일 전, 내 아들만큼 어린 삼성의 보안 요원이 내 얼굴에 침을 뱉었습니다.” 김용희 씨는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습니다. 아, 내가 땅 위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구나. 그러나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구나. 그래서 나는 결심했습니다. 이제 나는 이 고공에서 싸우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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