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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해체'는 어이없는 극약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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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후 34일째인 19일에 발표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참으로 화끈했다. 여러 차례 그랬지만 “대화”보다는 대국민 “담화문” 쪽이 성격에 맞는 듯 거침없는 단호함을 발휘했다. 외피로만 보면 국민이 그동안 간절히 원하던 것들(?)을 다 내줬다. 

 

늦었지만 그토록 원했던 사과도 했다. “사고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는 말도 했다. 구조는 제대로 안하고 선박 안의 수백명 학생들을 방치해 죽음으로 몰아 넣은데다 엉뚱한 비리와 민관유착만 끝없이 드러낸 해경은 아예 해체한다고 발표했다. 눈물도 보였다. 

 

그 동안 사고현장 유족 앞과 분향소에서도 눈물을 안보여 “독하다”며 비난해온 사람들이 많았다. 대통령은 담화문 발표 중 끝까지 사명을 다하고 아름다운 양보와 헌신을 한 희생자들 이름들을 거명하며 ‘영웅’이라고 칭송할 때 눈물을 흘렸다. 팽목항에서 울부짖는 유족들이나 전세계를 경악케 한 수 백명 앳된 학생들의 영정들 앞에서보다도 스스로의 말에 감동한 듯 울컥 치민 대통령의 눈물을 두고 말들이 많다. 

 

왜 우리 국민은 유독 대통령에 대해 이리도 믿음을 갖지 못할까. 왜 말끝마다 “진정성”을 심사하고 나설까. 왜 국가 존엄의 고뇌와 눈물조차 미심쩍어 할까. 여론의 비판이 뜨거웠던 ‘관피아’까지 척결하겠다고 밝혔는데 뭘 더 어쩌라고?
 

‘사과’하며 비판 시위자는 무차별 연행

이유는 간단하다. 해체, 척결, 엄단, 단호한 조처, 뿌리 뽑기 같은 강한 언사들을 줄줄이 붙여 담화문 형식의 연설문(통고) 발표하는 스타일의 근본적 한계는 그 언어의 강함이 실천을 담보하지 않거나 실천을 어렵게 한다는 데 있다. 

국민들은 경험으로 안다. 정부기관의 부패, 비리, 구조적 문제는 윗선의 엄포와 척결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때리는 순간엔 납작 엎드렸다가도 손을 놓으면 끝없이 다시 튀어나오는 두더지 때리기 게임과 같다는 것을. 그리고 정부기관을 아예 해체하거나 반정부 인사들을 통째로 극형에 처하는 것은 근원적으로 같은 국가주의적 발상에서 나오며 무한대의 부작용이 뒤따른 다는 것을 안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박대통령은 “내 잘못”이 아니라는 신념(?)을 가지고 어떻게든 억울한 심정을 국민에게 노출시켜왔다. 자신이 정부수장인데도 “그런 나쁜 짓을 한 정부관리”를 질타하고 뻔한 범법행위도 “법적으로 문제가 밝혀지면” 엄단하겠다며 남 말하듯 했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불과 10여일 앞두고 사과하는 것을 보며 “선거 때는 무슨 말을 못할까”라고 노골적으로 얘기하던 전임대통령이 생각나는 것은 박대통령이 자초한 결과이다. 지난 대선 때 야당의 깃발까지 뺏어다 흔들었던 경제정의, 노인복지를 비롯한 모든 중요 민생공약을 남김없이 파괴해버린 결과 국민의 신뢰가 고장 났다. 그래서 모든 것을 계산된 연기와 국면전환용 말잔치로 느끼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해체”는 문제의 종결이 아니라 시작

대대적인 개혁대상까지는 예상했지만 “해체”라는 초강수를 맞은 해경은 충격에 휩싸였다. 세월호 유족들은 그 때문에 “최후의 한사람까지 실종자를 수색해야할” 결정적 시기에 수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1953년 출범한지 61년 되는 이 거대조직이 대통령의 ‘결단’하나로 침몰하게 되었다., 1만1600명 규모의 인력과 연간 1조1000억의 예산을 쓰며 어로보호, 해상범죄와 해상교통, 수상레저와 오염방지업무를 맡았던 해경이 “대국민담화문”하나로 날아갔다. 이번 사고 후 드러났듯이 해상구조업무 기술인력 양성과 전문팀 재조직등 새로운 탈바꿈이 필요하지만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그 모든 업무가 새 부처로 이관하면 “깨끗하게” 척척 돌아갈까?

 

개인적으로는 “손톱밑의 가시” 척결을 위해 손목을 자르거나 손의 주인을 처형하는 어이없는 극약처방처럼 느껴진다. 세계사의 모든 비극은 골칫거리를 쉽고 과격한 방식으로 척결하려는 권력자들의 발상에서 비롯되지 않았는가. 문제를 손쉽게 제거하려는 정치가들의 욕망은 수많은 유혈사태를 일으켰다. 손쉬운 초강수는 늘 부작용이 크다.

 

검찰은 대통령담화 직후 “관피아 척결”이란 말씀을 실천하기 위한 긴급검사장회의를 소집했다. 민관유착의 고리를 단절하기 위한 방안에 검찰의 “셀프 개혁”도 포함되는지 궁금하다. 특히 꺼림칙한 것은 세월호 참사의 수사 중심선에 오른 구원파와 긴밀한 인연이 있었던 정치인이 청와대의 대통령 측근 “쎈”자리에 계시다는 점이다. “아무개,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구원파 신도들의 구호가 무슨 뜻인지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국민도 많다는 것을 대통령은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출처 : 내일신문 차미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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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

알아서머할래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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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일도 머같이 해요..

축하합니다. 첫댓글 포인트 22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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