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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대통령님, 변희재 형님을 중용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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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어려운 부탁을 하나 드리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국난이라 할 만한 일들을 겪느라 안그래도 힘드실텐데,

개인적인 부탁을 드려서 죄송합니다만,

워낙 화급한 일이라 대통령님께 염치불구하고 편지를 씁니다.





나관중이 쓴 삼국지를 보면 방통이라는 참모의 얘기가 나옵니다.

그 당시 유비의 은사인 사마휘는 ‘와룡과 봉추 중 하나를 잡으면 천하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유비에게 하는데,

와룡은 그 유명한 제갈공명이고, ‘봉추’는 바로 방통입니다.

문제는 봉추라는 자가 그 재주에 걸맞지 않게 못생겼다는 데 있습니다.

외모지상주의에 물든 유비는 봉추의 추한 외모를 보더니 시골의 현감 자리에 앉혀 버립니다.

자기 능력에 한참 못미치는 자리를 받은 봉추는 술만 먹고 놀기만 하죠.

그 얘기를 들은 유비가 장비를 보내 봉추에게 혼찌검을 내게 했을 때,

놀기만 하던 봉추가 갑자기 일을 시작합니다.

그 일하는 모습이 어찌나 대단한지, 장비의 입이 딱 벌어졌고,

유비는 뒤늦게 봉추를 모신 후 사람을 몰라본 자신의 허물을 사과합니다.



2천년 전 중국에 봉추가 있었다면 2000년대 한국에는 변희재라는 분이 나타납니다.

21세기가 오기 직전 한 예언가가 ‘만갑거(滿甲去 熙宰來)’를 외치며 산으로 들어갔는데,

후세 사람들은 변희재님이 등장하고 나서야 그 말의 의미를 새삼 깨닫지요.

“지만원과 조갑제의 시대는 가고 변희재의 시대가 온다”는 뜻이었지요.

서울대 미학과 재학 중 <스타비평>이란 명저를 써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변희재님은

그 예언대로 일베의 열광적 지지를 받으며 보수의 아이콘 자리를 꿰차십니다.

문제는 변희재님이 그 출중한 재주와 탁월한 안목에 걸맞지 않게

젊은 시절 좌파로 복무하신 적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2002년 변희재님은 서프라이즈라는 좌파 언론사의 논객으로 활약하며

좌파의 희망이었던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를 칭송하는 글을 수십편도 넘게 씀으로써

대통령 당선에 기여하셨죠.

그런 전력 때문에 그 뒤 정권을 탈환한 이명박 대통령은 변희재님에게 아무런 벼슬도 내리지 않았고,

실의에 빠진 변희재님은 좌파 인사를 고소하는 것으로 생업을 삼으셨고,

보수의 자명고로 불리는 변희재님의 트위터는 24시간 내내 불이 꺼질 줄 몰랐습니다.

물론 이런 일들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만,

변희재님의 능력으로 미루어 보건대

방통을 현감에 임명한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않겠습니까?



박 대통령님이 취임하시자 변희재님은 희망을 가지셨을 테지요.

대통령님이 당선되는 데 있어서 큰 역할을 했고,

또한 대통령님은 남을 욕하고 후리는 게 특기인 윤창중 씨를 대변인에 임명하실 정도로

과거 전력에 구애받지 않고 오직 능력 위주의 인사를 하시는 분이시니까요.

그래서 변희재님은 2013년 3월 공석이 된 MBC 사장 자리에 응모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하셨지만,

대통령님은 MBC 사장은커녕 아무런 공직에도 그를 임명하지 않음으로써

‘2의 봉추 사태’를 만들고 계십니다.

자기를 몰라주는 세상에 대한 야속함 때문일까요.

좌파 인사들을 고소하는 변희재님의 칼날이 조금은 뜬금없어진 느낌입니다.

이념을 떠나서 누구나 내야 할 고깃값을 내지 않아 화제가 됐고,

보수언론의 쌍두마차 중 하나인 채널A에서 영구제명을 당하기까지 했습니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대통령님, 그의 재능을 어여삐 여기시어 일자리를 주십시오.

용이 승천하지 못하고 개천에 있으면 송사리들이 공포에 떨듯이,

큰 인물이 큰 자리에 있지 못하면 좌파인사들은 물론 유모차를 끌고 거리로 나온 엄마들까지 두려움에 떱니다.

아무쪼록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기생충박사 서민 드림



* 제가 나이가 더 어린 변희재님한테 ‘형님’이라고 한 것은 원래 이 바닥이 인지도가 높으면 형님이기 때문입니다.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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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

알아서머할래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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