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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패배가 힘든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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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겨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해 대통령 선거에서 저는 제가 지지하는 후보의 100퍼센트 당선을 확신했습니다.
여론조사 상황이 과히 좋은 것도 아니었는데, 깜깜이 여론 기간 동안 골든크로스가 이루어졌다는 찌라시 소문을 확신했고, 주변 지인들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이었고, 우리 편이 지면 모두 함께 이민 가자고 결의를 맺으면서 무조건 이길 것을 확신한 채 개표방송 시간을 맞춰 지인들을 불러 거한 술상까지 준비하였습니다.
출구조사 발표부터 멘붕이 왔고, 정신이 멍한 상태로 술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날 이후 한 달 가까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대선 패배 이후 해고 노동자들의 자살 뉴스 소식에 몸이 무너졌고, 비슷한 시기 히트 친 영화 레미제라블을 보면서 또 힘들었습니다. 너무너무 힘든 마음을 회복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때의 학습효과였을까요?
선거전은 더 과열되었고, 갈등의 증폭은 더욱 심해져 서로 상대 진영을 악마화 하는 수준은 더 커졌지만..
그럼에도 이번에는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오히려 10년 전 보다 객관적인 상황은 좋았지만 그래서 이기면 너무 좋고 행복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 지지 후보가 당선되면 어떨까? 예전처럼 정말 힘들고 괴로울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선거에 임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새벽.. 대선 역사상 가장 긴 밤을 보내고 당선자가 결정되었습니다.
오늘 아침이 너무 힘든 당신에게 3가지를 권유해 보고 싶습니다.
첫째, 환경을 좀 바꾸시기 바랍니다.
열심히 방문하시던 유튜브 정치 방송, 팟캐스트, 커뮤니티 논쟁 사이트, 정치기사, 댓글, 기사 퍼 나르는 단톡방들을 당분간 멀리 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빈 공간을 라디오 음악방송이나, 웃음이 묻어나는 편지 같은 소소한 시청자 사연으로 채우시기 바랍니다. 베스트셀러 소설책도 권유해 보고 싶네요..
세상에는 극단적으로 갈등하지 않고 서로 행복하게 위로하는 정말 많은 공간이 있습니다. 저는 오늘 아침 정치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모두 삭제하고 대신 이 공간을 이금희의 사랑하기 좋은 날과 양희은, 서경석의 여성시대로 채웠습니다.
둘째, 상대방을 지지했던 평범한 주변 사람들을 떠올리세요..
언론과 정치세력은 서로의 진영을 악마화 하고, 같은 진영에서는 상대가 당선되면 곧 망할 것처럼 열심히 떠들다 보니 감정이 과잉되었습니다.
이제 선거에서 이긴 상대 정치세력을 보지 말고 그들을 지지했던 당신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저희 어머니는 한 번도 제가 지지한 후보를 뽑은 적이 없습니다.
제가 지지하는 후보를 빨갱이로 부르는 고모부님은 40년 넘게 저를 응원해주시고 제가 어려울 때마다 저를 걱정해주시고 도와주시는 분입니다.
이번에는 무조건 정권교체라고 했던 조카 녀석은 너무도 제가 사랑하는 그냥 취업이 너무 힘든 대학생일 뿐입니다.
그들이 악마입니까? 그들이 여러분 괴로우라고 상대방을 지지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빨리 이 어마어마한 전쟁에서 서로 과도하게 감정 과잉된 상태를 벗어나야 합니다.
셋째, 앞으로는 심리적 대조(mental contrasting)를 습관화해보세요..
저는 오늘 아침이 10년 전 보다 많이 힘들지 않습니다. 10년 전 혹독한 경험 이후 저는 모든 사안을 임할 때 항상 심리적 대조를 사용해 왔습니다.
심리적 대조란 어떤 일을 할 때 무조건 잘 될 거라는 긍정적 사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그 결과가 잘 안 좋을 수도 있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그 최악을 일으킨 장애물은 뭘까를 생각한 뒤, 이를 극복하며 문제를 대처하는 독일의 심리학자 기브리엘 외팅겐의 마인드 솔루션입니다.
이번 대선이 10년 전에 비해 더 아까운 패배지만 그래도 제 마음이 괜찮은 것이 심리적 대조로 선거기간에는 더 열심히 참여했고, 패배 후에는 회복이 빠른 이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와 그 지지자에게는 축하를,
승복한 아름다운 패배자와 그 지지자에게는 위로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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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2

herherher님의 댓글

오늘....이런 좋은 글에 댓글을 남길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축하합니다. 첫댓글 포인트 17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타잔님의 댓글

어젠 정말 하늘이 무너질 것 같더니...그래도 살아야겠지요. 사기꾼 이명박과 똥멍충이 박근혜 밑에서도 살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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