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필도 잘 모르는 낙하산 구멍의 용도
본문
지난달 29일 육군특수전학교에서 ‘세계 최정예 대체불가’ 특전맨의 작별과 탄생을 알리는 뜻깊은 강하 훈련이 진행됐다. 전역을 앞둔 육군특수전사령부 김정우 주임원사와 836기 공수기본 교육생이 바로 그 주인공. 이들은 낙하산 하나에 의지한 채 과감히 창공에 몸을 날려 목표지점에 정확하게 착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이날 훈련에서 한 가지 눈길을 끄는 점이 있었다. 이들의 생명줄과 같았던 낙하산에 다름 아닌 ‘구멍’이 있었던 것. 공기구멍, 기공(氣孔)이라고 불리는 이 구멍은 왜 낙하산에 있는 걸까? 우리 군이 강하 훈련 때 주로 사용하는 낙하산은 MC1-1C 낙하산이다. MC1-1B 낙하산도 함께 사용했으나, 현재는 도태된 것으로 알려졌다. MC1-1C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MC1-1B를 기초로 성능 개량한 낙하산이다. MC1-1B에 비해 캐노피(Canopy) 원단의 공기투과도가 낮아 낙하속도가 느리기에 강하자가 더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낙하산 산개 속도도 MC1-1B보다 빨라 상대적으로 저고도 강하에 유리하다. 하지만 캐노피에 기공이 뚫린 것은 MC1-1C와 MC1-1B 모두 동일하다. 사실 기공은 낙하산에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낙하산의 원리는 캐노피로 공기의 저항을 늘려 그만큼 낙하 속도를 줄이는 것이다. 낙하산이 커질수록 공기저항도 커지므로 강하에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일정 크기 이상이 되면 제어가 어렵고, 특히 군사용으로는 무게와 부피 등의 문제로 무한정 크게 만들 수 없다. 만약 낙하산에 기공이 없다면 낙하 속도를 조절할 수 없을뿐더러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캐노피가 계속 부풀어 있게 돼 상공에 둥둥 떠다니다가 엉뚱한 곳에 떨어질 수 있다. 기공의 역할은 이것만이 아니다. 기공은 낙하산의 방향 전환에도 필요하다. 기공에 연결된 조종줄 중 좌측 조종줄을 당기면 왼쪽 기공이 닫히면서 왼쪽 방향으로, 우측 조종줄을 당기면 오른쪽 기공이 닫히면서 오른쪽 방향으로 낙하산이 돌게 된다. 또한, 좌·우측 조종줄을 동시에 당기면 속도가 줄어들고 반대로 조종줄을 풀어놓으면 앞으로 나아간다. 낙하산 포장은 총 4주간의 교육을 수료하고 왼쪽 가슴에 푸른 ‘낙하산 포장정비 휘장’을 단 인원만이 수행할 수 있다. 포장은 각 단계를 종료할 때마다 포장검사관이 이상 여부를 철저하게 확인한 후 다음 단계로 계속 진행한다. 까다로운 검사과정을 거쳐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포장검사관이 ‘포장진행기록부’에 최종 서명함으로써 낙하산의 안전성을 인증받게 된다. |
보관도 복잡하다. 포장이 완료된 낙하산은 항온항습기를 설치해 항상 온도 19~29도와 습도 45~65%의 최적 상태를 유지하는 ‘낙하산 저장고’에 보관한다.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낙하산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다시 포장해야 한다. 모든 것이 그렇듯 낙하산도 수명이 있다. 10년이 도래하거나 300회 사용하게 되면 폐기한다. 장병들은 이렇게 수십, 수백 번의 전문가 손길을 거친 낙하산과 정비를 맡은 전우를 믿고 창공을 향해 거침없이 자신의 몸을 날려 강하한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