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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조 든 일본 조선산업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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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에즈 운하가 파나마 선적 대만 해운사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으로 막혀버렸다는 소식은 다 아시죠? 수에즈 운하를 지나가던 2만2천TEU급 컨테이너선이 갑작스런 돌풍이 부는 바람에 옆으로 쳐박혔다는 것인데, 이게 도대체가 미스터리라서 사고 수습 후에도 원인을 반드시 밝혀야 할 일입니다.
운하가 폭풍우 몰아치는 망망대해도 아니고, 컨테이너선이 바람에 흩날리는 일엽편주도 아닌데, 무슨 돌풍이 어떻게 불었다고 배가 옆으로 돌아가버리느냐는 말이죠. 그래서 전문가들은 돌풍도 돌풍이지만 선박 자체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 배를 어느 조선소에서 만들었는지가 중요해지겠지요? 이 배는 일본 1위 조선사 이마바리조선에서 2018년에 건조한 배입니다.
일본 조선업계는 1980년대 세계 조선산업이 극심한 불황에 처했을 때 산업합리화를 한답시고 조선소의 절반 쯤을 폐쇄해버리고, 기술표준화라는 이름으로 다 고만고만한 배를 똑같은 모양으로 빨리 찍어내는 방향으로 조선산업을 재편했습니다.
그래서 조선인력의 절반이 날아가버리고 더구나 중요한 것은 설계 수요가 줄어드는 바람에 고급 설계인력이 업계를 떠나야했습니다. 그로 인해 대학의 관련학과도 대폭 사라지는 바람에 신규 전문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체제마저 무너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의 LNG선이나 초대형 컨테이선과 같은 세계 조선업계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해, 우선 1980년대부터 한국 조선에 추월 당하고,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중국 조선에도 뒤쳐지는 신세가 됐습니다. 그러나 막강한 일본 국내 해운사들 덕에 그냥저냥 연명만 하는 정도였죠.
그래서 일본식 조선 중흥의 기치를 내걸고 1위 조선소인 이마바리 조선소를 비롯한 일본의 대형 조선업체는 2010년 무렵부터 LNG와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에 도전했습니다. LNG선은 결국 포기 상태에 이르렀지만,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건조에는 성공해 우리나라 조선업계와의 경쟁이 가능해졌습니다.
수에즈운하에 좌초된 에버기븐호는 그런 흐름 위에서 만들어진 배입니다. 일본 조선의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배였죠. (배 사진에서 크게 보이는 EVERGREEN은 해운사의 이름이고 배 이름은 에버기븐(EVER GIVEN)입니다.)
그런데 바로 얼마 전인 2021년 2월 27일 1위 조선소 이마바리조선과 2위 업체인 재팬 마린 유나이티드(JMU)가 합병해 니혼조선소(Nihon Shipyard)를 출범시켰습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성공으로 자신감이 붙은 일본 조선업계가 몇 년 동안의 과정을 거쳐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한 시도를 한 것이죠. 그러자 마자 이런 사고가 터진 겁니다.
그런데 기가 막힌 일은 또 있습니다. 이마바리조선과 합병한 JMU가 불과 몇 달 전 이와 유사한 사고를 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 12월 JMU가 건조한 원에이퍼스(OneApus)호가 태평양 하와이 북쪽 해상에서 풍랑을 만나 배가 휘청거리는 바람에 싣고 가던 컨테이너 약 2천 개를 바다에 빠뜨려버린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두 사고는 중국 LNG 운반선이 건조한 지 1년 만에 호주 해상에서 고장이 나 결국 폐선이 돼버린 사건에 비견할 만큼, 조선업계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사고입니다. 그런데 그런 역사적인 사고가 일본 1위 조선업체의 두 합작 파트너사들이 건조한 배에서 최근 몇 달 간격으로 벌어진 것이죠.
마침 어제 박시영TV에서 김영춘 후보가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통해 HMM의 2만4천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발주시켜 작년 9월 모두 출항시킴으로써 한국 해운업을 부활시킨 얘기를 전해드렸는데요.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라고 해서 그냥 크게만 만들면 되는 게 아니죠. 그게 다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실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자체적인 규모의 효과에다가 화주들도 대형 컨테이너선을 선호해서 세계 해운업계는 어지간하면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두 번이나 대형 사고를 친 일본 조선소에 발주가 갈 리는 없고, 중국 조선업계가 거세게 도전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LNG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에서는 세계 해운업계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더 바빠질 것 같은데요. 당장 지금 수에즈에서 사고가 난 선박의 선주인 대만의 에버그린사는 1만5천TEU급 컨테이너선 20척을 신규 건조하기로 하고 한중일 3개국 조선사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인데, 이번 사고로 일본 조선사는 이미 아웃된 걸로 봐야겠죠.
일본도 나름 열심히 사는 나라인데 이런 일이 있어 참 안 됐습니다. 우리나라 조선업계는 2016년 수주절벽 이후 길고도 험악한 불황을 이겨내고 이제 겨우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려고 하는 시점인데, 가슴 아프지만 이웃의 아픔을 기회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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